◆시나리오의 도입
덜컹.
몸이 얕게 흔들리는 감각과 함께 불현듯 꺼져있던 정신이 맞붙습니다. 아무래도 버스 안에서 깜빡 잠들어버렸던 모양이에요. 눈을 뜨면 들어오는 풍경은 텅 빈 버스의 내부. 그야말로 '나 자신'을 제외한 탑승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별로 대수롭지는 않습니다. 그야 내가 타고 있는 버스는 종점까지 우회해서 가는 번호의 버스니까요.
그래서, 어디쯤 왔지? 그 전에 목적지가 어디였더라…. 깨어난 직후인지라 정신이 몽롱합니다. 덜컹. 방지턱 탓에 버스가 또 한 번 크게 흔들립니다. 그 불친절한 진동과 함께 뒤늦게서야 품에 안고있던 국화꽃다발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 그제야 흐릿한 의식 너머로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그렇지. 오늘은 사랑하는 KPC의 첫 번째 기일이었죠. 그러니 탐사자는 KPC가 잠들어있는 납골당으로 향하는 길이었을 겁니다. 거기까지 떠올리면 문득 버스는 인적이 드문 정류소에 정차합니다. 탑승구가 열리고, 올라타는 승객의 모습에 탐사자는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게 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야 버스 위에 올라탄 사람은, …1년 전 죽었던 KPC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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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버스
총 플레이 시간: 8시간
KPC 인투 / PC 제리 님
몸이 얕게 흔들리는 감각과 함께 불현듯 꺼져있던 정신이 맞붙습니다.
아무래도 버스 안에서 깜빡 잠들어버렸던 모양이에요.
눈을 뜨면 들어오는 풍경은 익숙하고도 평범한 버스의 내부.
흔들리는 손잡이,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는 차창 너머의 풍경, 조금 낡은 감이 있는 앞좌석의 시트….
익숙한 것들 투성이인 차체의 내부에서 익숙하지 않은 점이라고는 버스가 텅 비어있다는 점뿐입니다.
그야말로 '나 자신'을 제외한 탑승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왜일까요.
적적한 버스를 오로지 시선만으로 훑고 있었을 때였나요.
문득 좌석의 맞은 편 정면에 붙어있는 버스 번호 라벨이 눈에 들어옵니다.
미나토 유키나:관찰력기준치: | 93/46/18 |
굴림: | 6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0410번, 이 버스는 아무래도 종점까지 우회해서 가는 번호의 버스인 것 같습니다.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다보면 문득 기대고 있던 차창 너머로 시선이 돌아갑니다.
흔들리는 창문 너머로 어느새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잠들기 전까지만해도 날씨가 제법 맑았던 것 같은데….
미나토 유키나:지능기준치: | 65/32/13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글쎄요, 정말 잠들기 전까지만해도 날씨가 맑았던가요?
막상 과거를 돌이켜보려니, 제대로 기억나는 것들이 없는 것만 같아요.
어지러운 머리를 갈무리 하기도 전에, 방지턱 탓인지 버스가 또 한 번 크게 흔들립니다.
그 불친절한 진동과 함께 품에 안고있던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미나토 유키나:관찰력기준치: | 93/46/18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유키나는 버스 바닥을 나뒹구는 국화꽃다발을 발견합니다.
품에 안고 있던 무언가는 아무래도 국화꽃다발이었던 것 같습니다.
순백색의 꽃잎 몇송이가 바닥에 흐드러진 것이 보입니다.
미나토 유키나:(바닥에 차갑게 흐드러진 국화꽃다발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 천천히 머리를 갈무리하고선 그것을 주워 제 품에 다시 꼭 안는다.)
......
(여전히 밀려오는 두통과 생각날 듯 말 듯한 기억들..밀려오는 고통때문일까.눈에서 눈물을 한두방울 뚝뚝 흘리며 꽃잎을 적신다.그리고 그저 정적만이 흐른다.)
미나토 유키나:듣기기준치: | 75/37/15 |
굴림: | 6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바닥에 나뒹구는 꽃다발을 주워들던 그 순간,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짧막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아, 그제야 흐릿한 의식 너머로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그러니 유키나는 란이 잠들어있는 납골당으로 향하는 길이었을 겁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지, 이런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니.
거기까지 떠올리면 문득 버스는 인적이 드문 정류장에 정차합니다.
탑승구가 열리고, 올라타는 승객의 모습에 유키나는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게 됩니다.
그야 버스 위에 올라탄 사람은, …1년 전 죽었던 란이었으니까요.
고즈넉한 빗소리가 귀를 먹먹히 울리는 텅 빈 버스 안, 죽었던 란과 조우하게 된
미나토 유키나:SAN Roll기준치: | 75/37/15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맞붙는 것은 허공 위로 겹쳐진 두 사람의 시선.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은 때로 꿈보다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요.
그렇기에 지금껏 비현실적인 현실을 여러 차례 맞이해가며 이토록 불친절하고 잔인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던가요.
비현실적인 현실이요. 란은 분명 1년 전에 죽었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던 날, 돌이킬 수 없는 사고에 휘말려서요.
그래요. 나는 그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 곁에 있어주지 못했고, 그렇기에 그의 부재를 부정했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러니 내 앞에 서있는 저 사람은, 란이 아닌 란을 지나치게 닮은 사람일 겁니다.
꿈보다 비현실적인 현실의 나날 속에서도 실현될 수 없는 비현실이 있는 법입니다.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돌아올 수는 없잖아요.
혼란 속에 빠져있는 당신의 상태를 눈치챈 걸까요.
막 버스에 올라탄 란을 닮은 이는, 유키나의 생각을 부정하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당신이 앉아있는 좌석 옆에 앉습니다.
아무리 부정하고 잊으려 애를 써도 잊히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웠고, 그리웠기에 나날이 새로운 처절함과 아픔을 느끼게 했었던 저 두 눈처럼요.
정차했던 버스는 오로지 두 사람만을 태운 채, 다시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란을 닮은 이는, 그저 닮은 사람일 뿐이 아닌 란 그 자체라는 사실을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덩어리가 가슴속에 응어리로 자리잡습니다.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갈피조차 잡히지 않습니다.
혹여나 꿈에서라도 너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게 된다면, 품에 끌어안고 못다했던 말들을 쉴새없이 토해 낼 것이라고.
란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당신과 눈을 마주합니다.
미나토 유키나:(마주친 눈에 주춤 고개 숙이며).....정말..미타케..씨..야?
유키나의 대답을 들은 란은 유키나의 어떤 대답에도 그저… 군더더기 없는 애정과 슬픔이 가득 담긴 눈으로 당신을 바라볼 뿐입니다.
다시 한 번 방지턱을 밟고 지나간 버스가 얕게 흔들립니다.
미나토 유키나:관찰력기준치: | 93/46/18 |
굴림: | 9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얕은 진동 탓에 시야가 갈라짐과 동시에, 문득 운전석 쪽으로 시선이 꽂힙니다.
운전석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할 버스 기사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 버스는 그저 운전사도 없이 홀로 비가 내리는 도로를 내달리고 있습니다.
미나토 유키나:SAN Roll기준치: | 74/37/14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란 쪽을 돌아보면, 란은 일절 놀란 기색이 없습니다.
미타케 란:(평온해보이는 얼굴로 유키나를 바라보며) 묻고싶은 게 많다는 표정이시네요.
미나토 유키나:(갑작스럽게 밀려오는 여러 혼돈들과 생각들을 정리하며,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짓곤 고개를 들어올린다.).....미타케씨라면..지금 내가 겪고있는 상황들을..제일 잘 알테니깐..
....말해 줘..어떻게 여기 이렇게 있는건지.
미타케 란:(괜찮은 척하는 표정이지만 눈물이 고여 일렁이는 동공이 가슴을 후비는 것 같다. 이렇게까지 놀라고 슬퍼할 줄 몰랐는데. 아니, 사실 속으로는 누구보다 더 아파해 주길 바랐지만요. 차마 말 밖으로 내뱉지는 못해 울렁이는 목 안으로 꾹 삼키며 애써 웃어 보인다. 최대한 덤덤한 목소리를 내면서.) 만나고 싶어서 꿈속에 들어왔어요. 그렇기에 버스에서 만나는 것도 가능한 거고요. 불안해하실 것 없어요.
그러니까.... (먹먹함 때문일까. 목소리에 안개가 끼어 있는 듯 탁해진다. 마른 침을 삼키고, 다시 말을 이어나간다.) 가기로 한 목적지까지 긿을 잃지 않도록, 제가 함께 동행할게요.
미나토 유키나:...뭐?(그가하는 말에 놀라서는 가슴을 쥐어 잡는다.이내 흐르다 만 눈물이 다시 뚝뚝 흐르기 시작하며 목이 잠겨선 무슨 말을 해야할지,말을 꺼내려해도 쉽게 나오지않는 목소리에 그저 어떻게든 말을하려 입모양을 움직인다.그러곤 말소리를 내기 시작해)
....미타케씨..당신은 대체...
(진실을 얘기해주지 않는 모습 때문일까,서러움과 짜증이 밀려오는데도 되려 화를 내면 더 비참해질 것 같아서 그저 혼자 작게 끅끅 울며 란을 바라본다.)
만약 여기가 꿈속이라면..나는 지금 이런 슬픔을 겪으며 그곳으로 가고있지는 않았겠지..그러니깐..그런 거짓말은 하지 말아줘.
미타케 란:(마주하고 있는 눈동자에서 한 방울, 한 방울 작고 소중한 것들이 떨어진다. 세찬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처럼 온몸이, 그리고 마음이 크게 흔들리는 것 같다. 휘청거리는 것이 기분 탓이겠거니 싶어 눈을 꾹 감았다 뜬다. 울지 마세요. 말 대신 눈으로 전하며 손을 꼭 잡는다.) 정말 안 어울리시네요. (눈을 감았다 뜨면 눈물이 나올 것 같은 눈과는 모순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입꼬리를 옅게 올리면서.)
창문 밖을 보니 정류장 하나가 눈에 보이고, 란이 버스의 벨을 누릅니다.
미타케 란:자, 이제 내리죠. 가야 할 목적지까지 제가 바래다 드릴게요.
그 말을 끝으로 버스는 곧 첫번째 정류장에 정차합니다.
버스에서 내린 두 사람은 협소한 간이정류장 지붕 아래로 들어섭니다.
빗줄기는 여전히 이 세상을 침수시킬 것만 같이 맹렬합니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처리된 정류장 지붕 아래, 양 옆으로 담장 형식의 벽면이 기둥처럼 세워져있고 그 중앙에 원목으로 만들어진 나무 벤치가 하나 놓여있습니다.
버스 그림이 새겨진 표지판 또한 눈에 띕니다.
미나토 유키나:...(말없이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벽 살핀다.)
마치 담장을 연장시키는 정류장의 벽면에는 흰색 장미 무더기가 덩굴을 내리고 자리합니다.
미나토 유키나:관찰력기준치: | 93/46/18 |
굴림: | 1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유키나가 들고 있는 것과 같은 흰 색 국화 꽃입니다.
흙 속에 뿌리를 내린채 한들한들 흔들리는 국화꽃은 물기를 머금은 탓에 아주 생생합니다.
국화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쏟아져내리는 빗소리를 가르고 란이 말을 걸어옵니다.
그렇게 속삭이는 란의 목소리는 어쩐지 막연하고도 얕습니다.
미나토 유키나:지능기준치: | 65/32/13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국화꽃의 꽃말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국화 꽃의 꽃말은 분명 '감사함과 진실함' 이었죠.
미나토 유키나:(알고있단 듯 고개를 끄덕이며)..감사함과 진실함이잖아?
미타케 란:(그렇구나.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그럼 국화 꽃의 색에 따라 꽃말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도 알고 있으신가요?
글쎄요, 국화꽃의 색상에 따라 꽃말이 상이하던가요?
답을 하지 못하는 유키나를 향해 란은 얕게 미소짓습니다.
미타케 란:(젖지 않은 벤치를 보다가 벤치 위에 털썩 앉는다.) 다음 버스가 올 때 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것 같아요.
미나토 유키나:..그래.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쉬어두는것도 중요하겠지..(이내 표지판과 벤치를 살핀다.)
지붕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물을 막아주는 탓에 젖은 부분 없이 바짝 말라있습니다.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벤치에 앉아 쉬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간략한 버스 그림이 새겨진 정류장 표지판입니다.
표지판 아래 버스 노선도가 붙어있습니다. 유키나가 노선도를 확인하면… 평범한 노선도가 아니네요.
아니, 이를 노선도라고 칭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버스 노선을 알리는 안내판에는 노선도 대신 '색상에 따른 국화꽃의 꽃말'에 관한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맨 아래 적혀있는 국화꽃의 색상과, 색상별 의미는 칠이 벗겨져있어 읽을 수 없습니다.
미나토 유키나:(방금까지만 해도 꽃에대해 얘기했던 것 때문일까.어쩐지 신경쓰여서는 글이 제대로 써져있지 않는 곳을 한번 더 확인한다.)
미나토 유키나:지능기준치: | 65/32/13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칠이 심하게 벗겨져 있어 다가가서 살펴보아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미나토 유키나:관찰력기준치: | 93/46/18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벽면 상단에 고정되어있는 버스도착 안내 전광판을 발견합니다.
여느 버스 정류장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전광판입니다.
전광판에는 글자가 흐르고 있지만, 약한 노이즈가 끼어있는 탓에 글자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미나토 유키나:관찰력기준치: | 93/46/18 |
굴림: | 1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지능기준치: | 65/32/13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란의 이름을 불러야 다음 버스가 도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실없는 생각을요.
미나토 유키나:(그의 이름을 떠올리고는 벤치에 앉아있는 란을 살펴본다.하지만 별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아 괜한 생각이라 자신을 타이르며 란의 이름을 부른다.)...미타케씨.
나지막이 당신의 이름을 마주 부르는 란은 목소리는 어딘가 한구석, 차게 식은 빗물에 젖어 번지는 것만 같습니다.
유키나, 당신은 당신을 바라보는… 한없이 가라앉은 것만 같은 란의 두 눈동자에서 무엇을 읽어냈나요.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을 것 같고, 손에 잡았다고 한들 감히 위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애절함입니다.
아주아주 방대한, 온 삶을 통틀어 몇 번 느껴본 적 없는.
미칠듯하고도 강렬한 억겁의 슬픔이 빗소리에 잠식되어갑니다.
미나토 유키나:지능기준치: | 65/32/13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러고보니, 란의 입술 바깥으로 터져나온 '나'의 이름은 이번이 최초이지 않았던가요.
란은 버스에서 조우한 이래로 단 한 번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으니까요.
무어라고 말을 건네기도 전에 장대비의 포화를 가르고 라이트가 번쩍입니다.
버스의 전면 유리창에 붙어있는 라벨에는 '1026번'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미나토 유키나:듣기기준치: | 75/37/15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삐―. 아까 전 들었던,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귓가를 울리고 사라집니다.
두 사람이 올라타는 것과 동시에 버스는 천천히 빗길속을 뚫고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버스는 첫 번째 버스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습니다.
이 안에 존재하는 탑승객은 오로지 유키나와 란, 두 사람 뿐입니다.
운전석을 살피면 첫번째 버스와 마찬가지로 기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버스는 그저 운전 기사 없이 홀로 굴러갈 뿐입니다.
두 사람은 의자 두 개가 붙어있는 2인용 좌석에 착석합니다.
미나토 유키나:관찰력기준치: | 93/46/18 |
굴림: | 6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유키나는 품에 안고 있던 국화가 일전보다 생기를 잃었음을 눈치챕니다.
마냥 하얗던 꽃잎 끝이 짓밟힌듯 옅게 시들어있습니다.
미나토 유키나:(어떻게 지냈냐는 안부인사에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천천히 눈을감고는 조심스레 입을 떼었다.)...항상 늘 똑같이 학교를 다니고,로젤리아 멤버들과 연습과 라이브를하며 지냈어.그리고...(다시 눈을 뜨고는 머뭇거리며)...미타케 씨 생각을 했어..그것도 매일.
미타케 란:(잘 지낸 것 같아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다가 고갯짓을 멈춘다. 바라지 않으면서도 하길 바랐던, 욕심이겠거니 싶으면서도 괜히 그러길 원했던 것을 해 줬다는 생각에 겨우 참고 있던 먹먹함이 터질 듯 머리끝으로 차오른다. 감사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평소에도 자신의 생각을 해 달라고 말하면 너무 아이 같을까 봐 오기를 갖고 참았던 말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었던 걸까. 지금의 상황과 맞지 않는 기분에 한쪽 입꼬리만 작게 올라간다.) 저도 매일 떠올렸어요. 같이 겪었던 일들, 기뻤었던 일들을요. 저희가 처음으로 같이 했던 라이브와 들었던 말들을 자꾸 곱씹고, 되뇌었어요. 일종의 주문처럼....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미나토 유키나:같이 투맨 라이브 했던 때를..?(생각치도 못한말에 동공이 커지면서 그도 제 자신을 떠올렸다 말에 미소를 지었다.언뜻 슬픔이 묻어있던 미소를.)
...지금 이렇게 같이 있는게..미타케씨 소원이 이루어져서 같이 있는것 같아.어떻게 만날수 있었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다시한번 만날수 있어 기뻐 미타케씨.(이내 조용히 란의 어깨에 얼굴을 기댄다.)
날짜를 특정할 수 없는 그 언젠가의 평범하고 행복했던 기억.
당신의 옆에는 사랑해 마지않는 란이 자리하고, 우리는 조용하고도 한적한 버스에 앉아 함께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습니다.
상기해낸 평화로움도 잠시, 유키나는 갑작스러운 서늘함을 느끼게 됩니다.
글쎄, '서늘함'이라는 말로 형용할 수 있을까요.
두려움, 공포, 슬픔, 당황스러움. 모든 불안정한 감정이 한데 뭉쳐 숨통을 억세게 짓누르던 그 때.
빗길에 미끄러진 버스가 요동치듯 크게 흔들립니다.
무언가에 머리를 강하게 맞는 충격과 함께 일순 힘이 빠져나간 몸이 앞으로 쓰러집니다.
고꾸라지는 몸을 지탱하듯 누군가 나를 강한 힘으로 끌어안습니다.
아니, '누군가'라고 특정지을 필요도 없잖아요.
그야 지금 당신의 곁에 존재하는 사람은 란뿐인걸요.
반대편 차선을 지나치던 트럭과 버스가 갑작스레 충돌합니다.
쇠가 굽어들고 절단되는 듯한 소름끼치는 금속음.
무언가 터지는 소리, 날아가는 소리, 어딘가에 들이박는듯한 충격.
온 몸의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겨져 나가는 듯한 생생한 통증.
품에 안고 있던 국화꽃다발이 바닥을 나뒹굴고, 마치 눈송이같은 국화꽃잎은 시야를 긋고 흐드러집니다.
나를 꽉 끌어안은 란의 체온은 어쩐지 전혀, 따듯하지가 않아서. 그게 또 어쩐지 너무나도 슬퍼서…….
괜찮느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안 되는데.
란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전에 시야가 수몰됩니다.
미나토 유키나:듣기기준치: | 75/37/15 |
굴림: | 6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삐―. 의식과 함께 낙하하는 머릿속에 이명이 들려옵니다.
그러나 이제와서 그런 이명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습니다.
어지러운 의식을 잠재우듯 귓가에 익숙하고도 다정한 목소리가 섞여들던 탓입니다.
제일 먼저 들려오는 것은 무겁게 낙수하는 물방울 소리.
그리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품 안에 안겨있는 백색의 국화꽃다발입니다.
꽃다발은 아까 전 보았을 때보다 조금 더 시들어있습니다.
꼭 빗물에 익사할 것만 같이 무겁던 정신을 흔드는 것은 잔잔하고도 담담한 란의 목소리.
꼭 이 세상과 동떨어진 것만 같이, 끊임없이 펼쳐진 도로 한가운데 마련된 간이 정류장이요.
미나토 유키나:...여기는.,?(몸을 곧바로 세우고는 아까와는 다른 상황에 혼란스러워 하며 주변을 살펴본다.)....아까까지 버스였던 것 같은데..
미타케 란:버스 정차 후에도 주무시길래요. 피곤하면 더 주무실래요? (당황함이 가득한 표정이 괜히 안쓰러워서 걱정되는 어조로 말을 건넨다.)
미나토 유키나:..아니,괜찮아.잠은 충분한 것 같아.고마워..(뒤에 미타케라는 이름을 목 안으로 삼키곤 바라본다,아까까지와 같은 란을.)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멀쩡할 수가 없을테니, 아무래도 질 나쁜 꿈이라도 꾼 모양입니다.
미타케 란:다음 버스가 올 때 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것 같으니까 쉬고 계세요.
그렇게 읊조리는 란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지쳐있는 것만 같다는… 이유 모를 감상이 듭니다.
미나토 유키나:관찰력기준치: | 93/46/18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여느 버스 정류장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전광판이 보입니다.
첫번째 정류장과 마찬가지로 벽면 상단에 고정되어있는 버스 첫번째 정류장과 마찬가지로 벽면 상단에 고정되어있는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입니다.
노이즈가 끼어있는 탓에 글자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만, 첫번째 정류장에서 보았던 전광판에 비해 노이즈가 덜합니다.
미나토 유키나:관찰력기준치: | 93/46/18 |
굴림: | 1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유키나는 글자가 깨진 안내 메시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전광판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키나는 첫번째 정류장에서 란의 이름을 호명한 직후 버스가 도착했던 것을 떠올립니다.
두 번째 정류장에서도 란의 이름을 불러야 버스가 도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광판의 메시지를 확인한 유키나, 지능 체크.
미나토 유키나:지능기준치: | 65/32/13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버스 사고의 충격 탓이었을까요? 어쩐지 께름칙한 기분이 듭니다.
미나토 유키나:(제 품에있는 조금은 시들어진 국화꽃다발과 란을보며 밀려오는 복잡한 마음을 애써 추르스르며 벤치에 앉는다.)..이번 버스는 한참 뒤에 올것같네..이번에도 앉아서 기다릴까?
미타케 란:(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앉는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가 적적하고 먹먹하게 들린다. 지금껏 들어 왔던 빗소리와는 다른 느낌이 온몸을 휘감는다. 감추려고 애를 써도 확연히 드러나는 슬픈 눈으로 바라본다. 왜 이제야 만났을까. 따스한 햇빛이 반기는 맑은 날 만났으면 다른 느낌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면서.) 비가 꽤... 많이 오네요. 춥진 않으신가요.
미나토 유키나:딱히 춥지 않은 것 같아..걱정해줘서 고마워.(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비가 내리는 풍경을 바라본다.)왠지 오늘처럼 미타..아니 당신하고는 비가내릴 때 같이 있는건 처음인 것 같네..왜인지 모르게 묘해지는 기분이랄까..
미타케 란:(이름을 부르려다가 정정하는 모습에 눈썹 한쪽이 약간 올라갔다 내려온다. 이유를 물으려고 했지만, 꽤 세찬 빗소리와 함께 들리는 보이스가 너무 오랜만이어서, 듣고 싶은 목소리여서 그대로 귀를 기울여 듣는다. 그리곤 작게 속삭이듯 말한다.) 묘하다.... 그러네요. 오늘이 아니었다면 같이 비를 맞기도 어려웠겠죠?
미나토 유키나:그렇겠지..(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일 투성이었으니,꿈이아니고 기적이었다면 지금 이상황이 무겁지 않게 느껴지지 않았을까.)...슬슬 추워진것 같네,이제 갈까,미타케 씨.
미타케 란:(귀를 강타하는 자신을 부르는 이름에 정신이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든다. 춥지 않게 손을 잡는다. 맞닿은 손바닥 사이에 열이 생길 수 있도록,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의 크기만큼 따뜻함이 전해질 수 있도록 있는 힘껏.) .... 그럴까요, 미나토 씨.
무겁게 허공을 가르는 란의 목소리는, 어째서 이만큼이나 빗물에 수몰될 듯 참담히 젖어있는지.
유키나가 란의 이름을 호명하고 얼마 있지 않아 세 번째 버스가 저 멀리서 빗속을 헤치고 다가와 정차합니다.
버스는 지금까지 승차했던 버스와 달리 커다란 2층 버스입니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든, 네가 나의 이름을 부르든 달리 상관이 없었던 겁니다.
두 사람 앞에 멈춰선 버스의 탑승구가 입을 벌립니다.
그저 그래서는 안될 것만 같다는 근원 모를 충동만이 내 안에 가득합니다.
미나토 유키나:(갑작스러운 불안감에 주춤 탑승을 망설인 채 애써 웃으며 란의 손을 잡는다.)....미타케씨.이번 버스는 보내고 다른걸 기다리는게 어떨까.
(갑작스러운 불안감에 주춤 탑승을 망설이고는 란의 손을 잡는다.그러곤 애써 웃어 )....미타케씨.이번 버스는 보내고 다른걸 기다리는게 어떨까.
미타케 란:(잡은 손이 미세하게 떨려온다. 불안한 걸까. 아니면, 두려운 걸까. 맞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바닥이 차가워지는 것 같다. 다시 손을 고쳐 잡고 동공을 마주한다. 옆에 제가 있다는 것을 다시 상기시키려는 것처럼.) 괜찮아요, 제가 같이 있으니까. 꼭 옆에 있을게요.
(그리곤 작게 속삭이듯 읊조린다.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어조로.) 동행... 아직도 유효하니까.
미나토 유키나:....(아무 말 없이 란을 응시하고는 그렇게 몇분 시간이 흐른 뒤,또 다시 먹먹해진 가슴을 진정시키 듯 숨을 고르며)..어쩔수없지만..알겠어.타케씨를 믿으니깐..탑승할게.
미타케 란:.... 올라탈까요. (여전히 두 손은 맞닿아진 채로.)
하지만 그 이유 모를 낯선 충동은 빗물보다도 잘게 흐드러져 떨어지는 란의 목소리에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집니다.
아까까지만해도 숨통을 조르고 익사시킬 듯 나를 쥐고 흔들었던 불안감마저도 깨끗이 씻겨 내려가는 듯합니다.
그저 온 세상을 적시는 빗소리와 끝없는 안정감만이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합니다.
버스의 전면 유리창에 붙어있는 라벨에는 '1110번'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미나토 유키나:듣기기준치: | 75/37/15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아까 전 들었던, 이제는 익숙해진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귓가를 울리고 사라집니다.
아니, 이명이 아닙니다. 마치 기계음과 같은 소리였습니다.
두 사람이 올라타는 것과 동시에 버스가 움직입니다.
차창 바깥으로 온통 습기뿐인 세계가 스쳐 지나갑니다.
버스는 지금까지의 버스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으며, 기사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안에 존재하는 탑승객은 그저 유키나와 란, 두 사람 뿐입니다.
버스 내부에는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보이지만, 입구가 닫혀있습니다.
닫혀있는 입구의 문에는 커다란 자물쇠가 걸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유키나는 품에 안고 있던 국화가 일전보다 훨씬 더 생기를 잃었음을 눈치챕니다.
갓 생명을 피워낸듯 하얗고 투명하던 꽃잎은, 이제는 그저 계절을 잃은 이름 모를 들꽃처럼 보여요.
단지 몇 송이의 국화만이 처량히 바래진 꽃잎의 색을 발할 뿐입니다.
세 번째 버스에 탑승한 뒤로 란은 어쩐지 멍한 상태를 유지하며, 지친듯, 혹은 침체되어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미나토 유키나:미타케 씨..안색이 안 좋아보이는데..괜찮아?(따라 옆에 빈 자리에 앉으며 란의 상태를 살핀다.)
미타케 란:...... 네? 아, 아... 괜찮아요. (옆에 앉은 걸 확인한 후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린다.)
미나토 유키나:(제 자신에게 지어보이는 미소임에도 불구하고,란이 힘들어하는 모습에 울컥 차오르는 감정들을 삼키며 말을 건넨다.)...알겠어.하지만 힘든게 있다면 바로 말해줘.미타케씨.
미타케 란:(먹먹한 귀로 겨우 들리는 음성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미나토 유키나:관찰력기준치: | 93/46/18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좌석 바닥에 떨어져있는 책을 한 권 발견합니다.
푸른 색의 표지에는 아기자기한 회전목마 그림이 프린트되어 있습니다.
놀이공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화려하고도 쓸쓸한 푸른 대낮의 회전목마네요.
…메리 고 라운드. 회전목마를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책자의 내용을 살핀 직후 유키나는 강한 현기증과 함께 정신을 잃습니다.
빛도 한줄기 들지 않는 맨 밑바닥의 어둠 속에서, 유키나는 환각을 마주합니다.
환각 속에 삶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 가장 슬펐던 순간이, 죽어서도 잊지 못하리라 여겼던 반짝이던 삶의 조각과, 어느 순간 내 삶에 끼어들어 뿌리를 내리고 침범한 너, 란과의 첫만남.
…빼놓을 수 없는 여러 기억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함께 맛있는 것을 먹었던 기억, 처음으로 그 앞에서 눈물을 터뜨렸던 기억, 고조되는 행복감에 웃어버렸던 순간.
한동안 빠른 속도로 영상이 스쳐 지나가고 잠시간 필름이 뚝 끊기며 말간 어둠이 지속됩니다.
문득, 다시금 빛처럼 터져나오는 영상이 하나.
란과 유키나, 두 사람은 버스를 타고 함께 어디론가 향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한없이 다정하며, 애정이 넘치는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체온이 따스한 손으로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있습니다.
고즈넉한 빗소리의 향연마저 서로간의 애정에 담뿍 물들어 있습니다.
반대편 차선을 지나치던 트럭과 버스가 갑작스레 충돌합니다.
직후 들려오는 것은 커다란 굉음. 쇠가 굽어들고 절단되는 듯한 소름끼치는 금속음. 무언가 터지는 소리, 날아가는 소리, 어딘가에 들이박는듯한 충격.
온 몸의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겨져 나가는 듯한 생생한 통증.
쉼없이 흔들리고 요동치는 어두운 화면 사이로 그런 유키나를 한 점 망설임 없이 끌어안는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아니, '누군가'라고 특정지을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의 곁에 사시사철 피어나는 국화처럼 존재하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늘 유키나를 위해 스스로를 아끼지 않았으며, 온 생애를 다해 열렬히 사랑해주었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란이 억센 힘으로 유키나, 당신을 끌어안았습니다.
암전하는 버스의 내부를 어둡게 띄우며 필름이 또 한 차례 뚝 끊겨나갑니다.
떠오르는 영상의 날짜는… 1년 전의 오늘입니다.
아, 그제야 지금까지 서리가 내린듯 희뿌옅기만 하던 기억 하나가 마치 퍼즐조각처럼 맞달라 붙습니다.
1년 전, 돌이킬 수 없는 사고의 현장에 존재하던 것은 란만이 아니었습니다.
'나'를 제외한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던 그 참담한 사고의 현장에서, 란은 유키나를 끌어안고 죽었습니다.
오로지 나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시켜서요.
미나토 유키나:SAN Roll기준치: | 74/37/14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일순 강한 충격과 함께 주마등이 돌아가던 공간이 산산이 부숴져내립니다.
미나토 유키나:듣기기준치: | 75/37/15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꼭 말단부위부터 심장까지 강한 전기가 흘렀다 사라지는 것만 같은 감각.
그 조각들과, 끊임없이 퍼붓는 빗소리에 한데 뒤엉켜있던 환각들이 수몰됩니다.
당신은 흔들리는 버스 좌석에 앉은 채 눈을 떠올립니다.
1년 전의 그 날, 란은 나를 끌어안고 대신 죽었던 겁니다.
고개를 돌리면 란은 창가에 머리를 기댄채 곤히 잠들어있습니다.
깊게 잠들어있는 탓에 이름을 부르거나 흔들어 깨워도 좀처럼 일어나지 못합니다.
그에 맞춰, 짤그랑. 무언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미약한 금속음이 들려옵니다.
바닥을 살피면 회전목마 키링이 달려있는 작은 열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미나토 유키나:(작은 열쇠를 발견하고는 문득 들어가지 못한 2층을 떠올린다.혹시 설마 그곳의 열쇠일까.고민할 것도 없이 열쇠를 잡은 손을 꽉 쥐며 자리에 일어나며 버스 2층을 향한다.그리고는 열리지 않는 문에 열쇠를 끼운다.)
닫혀있는 입구의 문에는 커다란 자물쇠가 걸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자물쇠에 아까 얻었던 열쇠를 끼워넣으면 금속이 맞물려 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버스 2층이 개방됩니다.
버스의 2층으로 들어서면, 그 장소는 이상하게도 단촐한 방과 같은 형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차창에서 물기를 머금은 탁한 빛이 터져나와 내부를 은은히 비추고 있습니다.
내부에는 책상과 책장, 그리고 침대 하나가 놓여있네요.
미나토 유키나:(천천히 이리저리 둘러보다 책상을 살펴본다.)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는 책상 위에는 그 흔한 필기도구도, 책도, 사용감도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말끔하다 못해 쓸쓸해 보이는 책상 한가운데 반으로 접혀 있는 쪽지만을 한 장 발견합니다.
미나토 유키나:(쪽지를 천천히 다 훑어보고는 책장을 살핀다.)
책장에는 책이 한가득 꽂혀있지만, 그 어느 것도 탐사자가 읽을 수 없는 것들 뿐입니다.
검은 색의 책등만이 마치 밤하늘처럼 빼곡이 즐비합니다.
미나토 유키나:관찰력기준치: | 93/46/18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책들 사이에 꽂혀있는 쪽지를 한 장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미나토 유키나:(쪽지를 다 읽은 뒤 발걸음을 옮겨 침대를 살핀다.)
꼭 병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병실용 침대입니다.
커튼 위로 핀이 꽂힌 명찰 하나가 매달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득 당신은 뼈를 치고 사라지는 기시감에 휩싸입니다.
조금 급한 손길로 커튼을 완전히 걷어내면 드러나는 것은 쓸쓸하기 짝이 없는 병실의 매트리스 침대.
그 사이에 푸른색 담요를 덮고 누워있는 사람은 입가에 산소마스크를 뒤집어 쓴 채 눈을 감고 있습니다.
그제야 유키나는 형용할 수 없었던 기시감의 정체와 마주합니다.
병상에 누워 끊임없이 즐비한 갖가지 의료 기계들 틈 사이에서, 산소 호흡기를 뒤집어 쓴 채 실낱같은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사람은…
미나토 유키나:듣기기준치: | 75/37/15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문득 아주 가까운 자리에서 익숙한 기계음이 터져나옵니다.
미나토 유키나:(기계음이 나는 쪽 주변을 살핀다.)
유키나는 병상 옆에 자리하고있는 심전도기록장치를 발견하게됩니다.
기록장치의 모니터 위로 마치 미약한 파도같은 유키나의 심전도 곡선이 출력되어 흐르고 있습니다.
마치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연약하고도 미약한 곡선이요.
지능기준치: | 65/32/13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지금까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던 수많은 이명, 아니. 심전도기록장치의 기계음을 떠올립니다. 이제야 확신합니다.
당신을 감싸안고 죽어버린 란의 희생이 무색하게, 당신은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정말 내가 알고 있는 목적지로 향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까.
미나토 유키나:SAN Roll기준치: | 73/36/14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영원한 안식'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 있는 것은 바로 유키나, 당신입니다.
어쩐지 몸이 강하게 흔들리는 것만 같은 느낌에 눈을 감았다 떠올리면, 흐릿하고 침침한 시야 너머로 희기만 한 천장이 들어옵니다.
벨이 터지는 소리, 장치에서 터져나오는 다급한 기계음 소리, 위급한 환자의 위치를 알리는 병원의 방송 소리,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뭉개지고,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고요하고 적막하게 수몰하는 세상을 오로지 빗소리만이 물들입니다.
낙수하는 빗물은 봄의 끝물에 삶을 모두 피워내고 낙화하는 벚꽃을 닮았습니다.
품에 안고 있는 국화꽃은 이제 생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히 시들어 있습니다.
고개를 들어올리면 아주 자연스럽게도, 정류장의 상단에 자리하고있는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까지의 전광판과 다른 점이 있다면 조금의 노이즈도 끼어있지 않다는 것.
이제는 온전히 모든 글자들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든, 네가 나의 이름을 부르든 달리 상관이 없던 게 아니었던 거예요.
유키나는 지금까지 란이 각 정류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호명했던 일을 떠올립니다.
그러고보면, 꼭 란이 자신의 이름을 부른 뒤에 버스가 도착하지 않았던가요.
죽음의 여로에서 가장 먼저 버스에 올라타있던 자. 바로 유키나 당신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당신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할 란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당신만이 홀로 텅 빈 정류장 벤치에 앉아있을 뿐입니다.
란이 앉아있어야 할 자리 위에는, 한 통의 편지와 함께 그가 가지고 있던 우산 하나가 곱게 접힌 채 놓여있습니다.
편지의 내용을 모두 읽고 난 뒤 진상을 전부 파악하게 된
미나토 유키나:SAN Roll기준치: | 72/36/14 |
굴림: | 6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저 건너편,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분명 정류장이 존재하겠죠.
미나토 유키나:(뚝뚝-.어느틈에 또 자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던걸까.펀지에 흘른 눈물자국이 묻은걸 깨 닫고 나서야 겨우 울음을 멈추며,편지와 함께 있던 우산을챙긴다.)
....(안개가 자욱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겁이 날 법한데, 아까 그를 믿는다는 믿음때문인걸까 마음을 굳게 다잡으며 반대쪽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전혀 뒤도 돌아보지않은 채.)
편지의 내용을 읽은 유키나는 란이 기다리고 있을 반대편 정류장으로 건너갑니다.
발끝을 적시는 빗물은 기실 뜨거운지도, 차가운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지금 온 힘을 다해 집중해야할 존재는 그저 란 단 한 사람 뿐인걸요.
저 멀리, 떨어지는 비를 받아내며 서있는 란의 모습이 들어옵니다.
동시에, 그제야 그가 입고있는 옷차림이 눈에 띕니다.
꼭, 세상이 말하는 인도자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처연히 떨어지는 비를 맞던 란이 문득 이 쪽을 바라봅니다.
유키나는 첫 번째 버스에서 조우한 직후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란의 표정을 마주합니다.
온갖 감정이 섞인 눈으로 그렇게 당신을 봅니다.
미타케 란:(무어라 한 가지 단어로 정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온몸을 통해 드러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와 준 유키나가 너무 고마워서. 고마운데 슬퍼서. 물기를 머금은 잎사귀처럼 촉촉하게, 그리고 마지막을 예감한 채 조용히 입을 뗀다.) 와 주셨네요.
미나토 유키나:...미타케씨, 당신을 믿기로 했으니깐.그렇지?(그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슬 미소를 지어보인다.이제는 자기 자신도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하면 안심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미타케 란:믿어 주셔서 감사해요. (누군가에게 신뢰를 받는다는 게 어떤 건지 나름 알고 있었다. 가족들 사이에서도, 그리고 애프터글로우 내에서도 믿음직하지 않은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느낌에 안면 근육이 굳어진다. 어쩌면 그 어떤 애정표현보다 이 말을 바랐던 건지도 모르겠다. 굳어 있던 근육이 서서이 풀어지며 시야가 흐려진다. 안개 탓이겠거니, 하며 눈을 깜빡이는 순간, 따뜻한 액체가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씁쓸하고 아쉬운 마지막이지만 귀를 통해 들린 내용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아서 나오는 눈물일 것이다. 아니, 그렇다. 붉어진 눈시울로 그를 마주한다. 입꼬리는 살짝 올린 채.) 꽤... 즐거웠어요, 오늘.
미나토 유키나:(마지막 말에 이제는 곧 헤어질 때가 왔다는걸 직감하고서는,천천히 제품에 란의 목을 끌어 안는다.)...마지막 인사인걸까?나도 즐거웠어,미타케상..그러니깐 울지않았으면 좋겠네.
(이게 정말 마지막이라면 울지 않고 즐겁게 작별을 하고싶으니깐.그러니 울지말고 기쁜마음으로 웃으면서 날 바라봐주길.)
미타케 란:(평소와 같은 잔잔한 목소리가 귀에 들린다. 마지막까지도 당신은 여전하군요.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본다. 슬픔과 관련 없는 사람처럼 최대한 밝게 입꼬리를 올린다. 흐르는 눈물은 여전하지만 마지막 모습을 웃는 표정으로 기억하길 바라며.) 네, 그러니까 미나토 씨도... (눈물에 잠긴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울지 마세요.
문득 란의 어깨 너머로 희미한 불빛이 들어오는 전광판이 보입니다.
전광판의 메시지는 우리가 원래 앉아있던 반대편 정류장의 전광판 메시지와 그 내용이 상이합니다.
미타케 란:(눈을 천천히 감았다 뜬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떨리는 마음을 애써 누르고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내뱉는다.) 이제, 미나토 씨가 제 이름을 불러야 할 차례예요.
이제는 반대로 당신이 란의 이름을 불러야 합니다, 유키나.
미나토 유키나:(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는,목을 끌어안고있는 팔을 풀며 란의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그리고 자기도 준비가 되었는 듯 천천히 말문을 열어)...많이 보고싶을거야... 미타케씨. 또 만날 수 있기를..기다릴게.
당신은 떨리는 목소리로 란의 이름을 부릅니다.
온전히 침체된 죽음의 여로 반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어깨가 젖어듭니다.
바람이 이렇게 세차게 불면, 우산도 소용 없는 법입니다.
그러니 지금 내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은 눈물이 아닌 빗물인 겁니다.
얼마 있지 않아 정류장 앞에 라이트를 켠 버스가 한 대 정차합니다.
버스의 출입구가 열리면 탐사자는 흠뻑 젖은 다리에 힘을 실어 그 위에 승차합니다.
유키나가 버스에 올라타면 버스의 문이 닫힙니다.
창문을 열고, 우산을 든 채 당신을 올려다보는 란과 두 눈을 마주합니다.
미타케 란:안녕, 사랑했어요. 사랑합니다, 미나토 씨.
그렇게 속삭이는 란에게 무어라고 답을 건네기도 전에 버스는 움직입니다.
수몰되는 세계에서, 수몰될 듯 슬프기만 한 버스가 빗길을 가르고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유키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 버스 안.
이 주체 못할 슬픔을 어떻게 견뎌내라는 걸까요.
이제 옆자리에 더는 네가 없는데, 너 없는 삶 속에서 나는 억겁같은 하루를 견뎌내며 살아가야 할 텐데…
넘쳐 흐르는 슬픔에 턱 끝에 맺힌 눈물을 훔쳐냅니다.
뺨 위로 꽃잎처럼 흩어지는 눈물을 닦아내고, 또 닦아냅니다.
입술 바깥으로 침잠되어있던 고통이 터집니다. 많이 보고싶을 거예요.
다시 만나기 전의 수많은 시간을 버텨내며 나는 아주 아주 많이, 당신이 보고 싶을 거예요.
무거이 내려간 고개에, 문득 품에 안겨있던 국화 꽃잎 위로 시선이 떨어집니다.
까맣게 시들어있던 국화는 물기를 머금어 생생합니다. 다시 피어난 겁니다.
나의 삶을 향해 되돌아가는 이 버스 안에서 말이에요.
이제 더는 흰 국화가 아닌 붉은 국화예요. 유키나.
당신은 품 한가득 국화꽃다발을 끌어안습니다. 그 위에 호흡을 묻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냅니다.
익숙하고도 적막한 빗소리, 그 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희미한 기계음에 눈꺼풀을 떠올립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흰 천장. 소독약 냄새. 밝은 빛.
이 곳이 바로, 란이 인도해준 나의 목적지입니다.
놀란 간호사의 목소리, 커튼을 치고 급히 들어서는 의사의 얼굴.
난잡하게 흐드러지는 내 삶의 빛. 네가 없는 너의 기일. 내가 살아 돌아온 비내리는 밤의 병실.
눈가에 고여있는 뜨거운 물기 탓에 눈이 아픕니다.
가슴에 담기 벅차고, 감은 눈 아래 떠올리기 힘들고, 그 삶이 짧았기에 찬란했고 슬픈 이름이 있습니다.
한 점 떨림 없이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네 이름을 부르는 것.
수고하셨습니다 진짜 이렇게 슬픈 시날임에도 불구하고 같이 가 주셔서 넘 감사하고... 머리는 괜찮으신가요...? ㅋㅋㅋㅋ
아 진짜 수몰버스는 제가 두 번째로 가는 건데 (그런데이시날첫키퍼링임) 너무 눈물이... 어...? 알고 갓는데도 개슬프고진짜어떻게이런시날을쓰신거지너무대단하시고요복많이받으세요
덕분에 눈물 찔찔 짜면서 즐겁게 다녀왔습니다! 백업하면서 또 울어버렷네요 ㅎㅎ
읽어주셔서감ㅅㅏ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