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창전으로 들어가려 해도 비켜서지 않고 카오루코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황제가 실질적으로 정사를 보는 건물로, 이곳에서 황제는 신하들과 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크고 작은 나랏일을 처리합니다.
하늘로 승천하는 용이 양각으로 새겨진 책상 위에는 여러 문서들이 놓여있습니다.
문서들을 살펴보면, 꽤나 바르고 정갈하게 쓰인 글씨들이 눈에 띕니다. 대부분이 신하들이 올린 상소 같네요.
자료조사
기준치: |
65/32/13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 중 후타바가 적은듯한 종이들을 발견합니다.
일기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일기는 아닌 것으로, 마치 상소를 확인하다 급하게 작성한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이건 뭔가요? 마치 당신과의 일들을 떠올리게 하는 일기의 내용임과 동시에, 묘한 내용입니다.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6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누가 볼까 싶어 급하게 문서들을 정리해둡니다.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본 것처럼 어쩐지 심장이 거세게 박동하는 것 같습니다.
그날도 카오루코는 황제의 저녁수라에 함께하기 위해 양자전으로 향합니다.
양자전의 앞에서 카오루코는 후타바를 마주합니다.
오늘 저녁수라는 양자전이 아닌 평소 카오루코가 지내는 의영전에서 함께 하고 싶다는군요.
아뿔싸, 그렇게 되면 저녁수라가 상에 오르기 전에 흑양의 젖을 타려던 카오루코의 계획에 오차가 생깁니다.
이렇게 되면 수라를 드는 와중 후타바가 잠시 고개를 돌린 사이라거나 어떻게든 시선을 돌리게 한 뒤에 젖을 타야겠네요.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후타바의 뒤에 선 몸종이 천에 싸인 무언가를 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건 뭘까요?
카오루코와 후타바는 함께 의영전으로 향합니다.
굳세고 영묘하다는 뜻을 가진 궁전으로, 나라의 기둥이 되는 중전과 후궁들이 거처하는 곳입니다.
의영전의 뒤로 이어진 정원으로 향할 경우 솔종루가 나오며, 의영전의 창을 내다보면 카오루코의 소원대로 정원의 길목따라 심어진 수양버들 가지가 밤바람에 구름처럼 흔들립니다.
카오루코와 후타바가 의영전 안으로 들어서 자리를 잡자, 수라상이 안으로 들어옵니다.
천에 싸인 무언가를 들고 있던 몸종이 함께 들어옵니다.
비단 싸개를 걷어내니 카오루코에게 어울리는 색과 보석으로 황제만큼이나 화려하고 우아하게 장식된 연회복이 아래로 치렁하게 내려옵니다.
후타바는 몸종이 들고 있는 연회복을 건네받고, 몸종은 인사를 한 후 의영전 밖으로 나갑니다.
石動 双葉:며칠 뒤 연회에서 네가 입을 옷을 만들어 봤는데, 마음에 들어?
花柳 香子:(우아하고 화려한 장식된 연회복을 보니, 저번에 당신이 재어줬던 치수가 생각나 나를 향한 이 마음에 환히 웃는다.) 폐하. 이리도 아름답고, 화려한 이 연회복을 제게 주셔도 되는 것이어요?
石動 双葉:네가 아니면 누가 이 영롱한 의상을 입어. 저번에 치수를 잰 덕분에 수월하게 작업했으니 편하게 받아 둬.
花柳 香子:폐하의 뜻이 그렇다면, 감사하게 받을게요. 정말 이 예쁜 의상을 입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폐하!
石動 双葉:(카오루코가 기뻐하는 모습에 기분이 덩달아 고조된다.) 자, 들도록 해.
花柳 香子:
은밀행동
기준치: |
70/35/14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저녁상을 가져다 드리러 양자전으로 향하는 길에 폐하를 만날 줄 몰랐다. 의영전에서 함께 하고 싶다니, 이런 분이 아니었는데 싶다가도 금방 발걸음을 향하는 폐하를 급히 따라간다. 몸종이 들고 있던 것은 언젠가는 내게 주시겠구나, 했던 연회복이었다. 그 연회복을 이리도 빨리 주실 줄은 몰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빨라서 놀랐다. 놀라움을 뒤로 하고, 침착하게 당신 몰래 흑양의 젖을 넣고, 당신의 잔에 약주를 따른다.) 폐하도 어서 식사를 하셔요.
石動 双葉:(기분이 좋을 땐 약주로 목을 먼저 축이는 거라고 어려서부터 배워 왔다. 지금까지의 저녁 식사 중에 안 그랬던 적이 없었겠냐만은, 오늘은 연회복 때문인지 더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어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다. 타들어가듯 뜨겁지만 시원한 액체가 목구멍을 따라 내려간다. 좋다.) 오늘도 술 맛이 좋구나.
花柳 香子:약주가 입에 맞으신다니 다행이어요, 폐하. (약주를 따르자 한 모금 마시는 폐하를 힐끔 보며 웃는다. 오늘도 마신다. 이 약주를 마시게 됨으로 폐하는 오늘보다 한 층 더 저를 사랑하게 되실 거여요.)
石動 双葉:(가슴 한쪽이 타오르는 것 같다. 약주의 효과겠지. 매일 밤마다 겪는 현상이지만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게 신기하다. 매일 너를 바라보는 것과 동등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편할까. 온몸이 붉게 달아오른 건지 전신이 화끈거린다. 평소보다 효과가 빠르구나. 술잔에 담긴 약주를 입 안으로 털어 넣는다. 광대가 점점 올라간다. 쳐다보기만 해도 좋은 거냐, 왜.)
花柳 香子:이만 술은 그만 드시는 것이 좋겠어요, 폐하. (어제보다 효과가 빠른 것 같다. 분명 마실수록 효과가 빠르다는 것은 들은 기억이 없을 텐데... 다음에 전달자가 오면 물어봐야겠어.)
石動 双葉:(무어라 하는 것 같은데 이미 올라간 기분 때문에 잘 들리지 않는다. 오롯이 즐거운 기분과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사랑만이 나를 포함한 이 공간을 둘러싸고 있다. 자연스럽게 손이 술잔으로 향한다.) 한 잔만 더....
花柳 香子:폐하, 오늘은 그만 드시는 것이 좋겠어요! (당신의 술잔을 뺏어 당신의 손이 닿지 않은 곳으로 두고 얘기한다. 흑양의 젖의 효과만이 페하를 지배하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될 것 같다.)
石動 双葉:(순식간에 손이 텅 빈다. 딱 한 잔, 아니, 한 모금이라도 좋으니까.... 술잔을 멀리 두는 카오루코가 괘씸하면서도 화를 낼 수 없어서 마음이 답답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왜 하필 네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다. 카오루코가 나갈 때까지만 참자. 참는 거야.) .... 알았으니 이만 가 보겠네.
후타바가 나가고 카오루코는 머리를 식힐 겸 자리에 눕습니다.
잠들기 전, 카오루코는 낮에 보았던 아전의 죽음이 떠오릅니다.
피눈물을 흘리면서 당신을 저주하고 죽어갔을 그 아전의 모습이 이상할 정도로 뇌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이제와서 돌이킬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아침이 되어 카오루코는 산책을 할 겸 의영전 뒤쪽 궁중의 정원을 거닙니다.
새들은 지저귀고, 계절감 있는 꽃들이 하나같이 당신에게 어여쁨을 받기 위해 울타리 너머로 목을 빼고 있습니다.
황홀경 같은 꽃내음이 당신의 몸을 잠식해나갈 때에…….
花柳 香子: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3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저 멀리 보이는 꽃에게만 나비와 벌이 꼬이지 않은 것이 눈에 띕니다.
이상하죠, 사람을 홀릴 정도로 탐스럽게 피어난 꽃인데 말입니다.
교육
기준치: |
65/32/13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 꽃은 모란입니다. 그런데……. 조금도 향이 나지 않습니다.
아니, 지나친 향기에 코가 마비된 걸까요? 알 수 없습니다.
나비와 벌이 꼬이지 않은 것은 그래서 같습니다.
산책을 하고 있으면, 후타바의 몸종이 급하게 달려와 카오루코를 찾습니다.
그는 급하게 숨을 몰아쉬다가 황제께서 태창전에서 카오루코를 찾고 있음을 알립니다.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당신을 찾아대는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흑양의 젖이 얼마나 좋은 효과를 지니고 있는지 새삼 실감이 납니다.
후타바의 부름에 태창전으로 걸음을 옮기면, 그곳에는 정화서의 수석 화원이 있습니다.
황제의 어진을 그리려던 중인 것 같은데, 왜 카오루코를 부른 걸까요?
후타바는 카오루코를 자신의 곁에 세우고는 화원에게 명합니다.
石動 双葉:목 아래로는 나를 그리고, 목 위로는 카오루코를 그리거라.
그 해괴망측한 명령에 화원은 단말마 같이 되묻습니다.
그건 바로 어진 대신 한낱 후궁의 초상화를 그리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예절과 법도에 어긋날 뿐더러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화원이 우물쭈물하고 있자 후타바는 미간을 좁힌 채 당장이라도 경을 칠 것처럼 불편한 얼굴을 합니다.
石動 双葉: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자, 카오루코. 긴장할 것 없다. 네가 이 나라의 황제가 된 것처럼 여겨보아라.
花柳 香子:(평소와 같이 자주 하던 산책 도중 당신의 몸종이 급히 내게 오며 나를 찾는다 하니, 하루가 멀다하고 나를 찾는 폐하의 모습을 보면 새삼 흑양의 젖의 효과가 그리도 잘 나타나는지 실감이 난다. 태창전으로 발을 옮기니 황제의 어진을 그리려던 중이었을 텐데, 폐하께서는 왜 나를 부르신 건지 의아하던 참 당신의 말이 들린다. 아, 당신은 어찌 그런 명을 내리시는 겁니까. 있을 수 없는 일과 있어선 안 되는 일이 있단 것을 모르시는 것이 아니지 않으신가요. 한낱 당신의 후궁인 제가 당신의 용포를 입은 초상화를 그린다는 것이 말이나 되옵니까.) ... 폐하, 이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잘 알지 않나요. 앞으로 고귀하게 여겨질 폐하의 초상화에 제 모습을 수놓는다니요.
카오루코의 만류에도 후타바는 굴하지 않습니다.
목 아래로는 황제의 용포를 두르고, 목 위로는 카오루코의 얼굴을 한 어진이요.
화원은 떨리는 손으로 어진을 후타바에게 건넵니다.
후타바는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크게 웃음을 터뜨립니다.
石動 双葉:좋다. 후대라는 놈들이 이 그림을 보고 무어라 생각하겠는가. 이번 황제는 네가 되는 것이다, 카오루코. 네가 사연국의 황제야.
화원이 고개를 떨군 채 통탄스럽다는 얼굴을 하는 것은 당신에게만 보이는 모양입니다.
이제 다른 이들은 당대의 폭군을 당신의 얼굴로 기억할 것입니다.
그는 당신의 것이자 당신은 그의 것. 겨우 이목구비의 차이로 그 사실을 바뀌지는 않으니 말입니다.
태창전은 제왕의 위용을 만천하에 드러내기 위해 어느 전각보다 크고 웅장하게 지어져 있습니다.
카오루코와 후타바의 혼례식도 이곳에서 치뤄졌었죠.
후궁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성대하게 치뤄졌던 혼례였습니다.
花柳 香子: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황제께서 보시고 난 뒤 분노하여 구석에 팽개쳐둔 것을 내관이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구석에 처박힌 상소문 하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상소문을 읽고 나자, 작은 칠기상 위에 올려져있는 서적이 눈에 띕니다. 상소문을 올리며 함께 올린 책일까요?
花柳 香子:
역사
기준치: |
55/27/11 |
굴림: |
5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사연국이 아닌, 전쟁에서 패하기 전 염족이 속해있었던 타국의 역사서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이 여지껏 도왔던 이들이 이런 이들이었나요? 서적을 모두 읽은
花柳 香子: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궐을 돌아다니던 카오루코의 뇌리에 문득 잊고 있던 사실 하나가 스칩니다.
아, 오늘은 염족의 전달자와 밀회가 있는 날입니다.
기다리던 날일 수도, 그리 내키지는 않는 날일 수도 있습니다.
느린 걸음으로 궐의 뒤편으로 향하자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전달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전달자는 흑양의 젖을 전달하며 카오루코 덕에 만주의 들판이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염족의 소유가 되었음에 대한 감사를 전합니다.
동시에 이번에는 염족의 입지를 위협하는 치들이 있다며, 붉은 학이 용의 머리 위로 그림자를 드리우매 국가의 존엄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황제에게 은유적으로 전하라 합니다.
이는 카오루코의 안위 또한 위하는 일임을 재차 강조하며 흑양의 젖을 전달합니다.
의영전으로 돌아가는 길, 후타바의 몸종이 오늘의 저녁수라는 희문정에서 들자는 어명이 있으셨다며 전하고 갑니다.
요새 황제께서는 양자전에 머무르는 것을 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오늘도 술잔에 먼저 젖을 타는 것은 힘들 것 같으니, 다시 후타바의 눈을 피해 자리에서 잔에 젖을 타야겠네요.
花柳 香子:
은밀행동
기준치: |
70/35/14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전달자에게서 흑양의 젖을 새로이 받고, 희문정에서 저녁수라를 하자는 명에 오늘도 폐하의 옆에서 몰래 타야 되는 것에 머리가 지끈 울리곤 합니다. 폐하께서 요즘 양자전에 머무르는 것을 피하는 것인지 저녁수라를 들 때마다 다른 곳에서 들곤 하는 것이 신경이 쓰인다. 당신 모르게 흑양의 젖을 약주에 타, 잔에 따르고 당신의 앞으로 갖다 대고 입을 엽니다.) 폐하, 요즘 악몽이라도 꾸시는 것인가요? 양자전에서 머무는 것을 잘 못 본 것 같아요.
石動 双葉:(나라의 분위기가 흉흉하다. 근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애써 웃으며 입 앞에 있는 술잔을 받아 한 모금 마신다.) 괜찮아. 그냥... 분위기가 좋은 것 같지는 않아서.
花柳 香子:(당신을 걱정하는 투로 입을 연다.) 비 온 뒤엔 맑은 날이 찾아온다 하지 않나요. 나라도 그렇게 될 것이어요, 폐하.
石動 双葉:(제 생각을 해 주는 카오루코가 고마워 눈을 마주한다.) 네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되는구나. 고맙다, 카오루코.
花柳 香子:(눈을 마주하는 당신을 보고 웃는다.) 저를 보는 것도 좋지만, 식사는 하셔야 하지 않으시겠어요?
石動 双葉:(아차, 하는 생각과 함께 수저를 들고 한 술 뜬 후, 약주를 마신다. 인위적이더라도 지금은 기분이 좋아야 하니까. 오늘도 점점 달아오른다. 가라앉아 있을 땐 마시지 말라고 하던데, 설마 그 이유 때문일까. 폭군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살아왔고, 카오루코에게도 자주 보였지만 지금은 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카오루코, 미안한데 이만 나가 주면 좋겠어.
여기저기서 곡하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황제의 노기를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가지마다 까마귀가 앉아 웁니다.
카오루코조차 곡하는 소리에 도저히 자리에 앉아있을 수 없어 의영전을 박차고 나와 소리의 근원을 찾자, 태창전 앞에 엎드려 울부짖으며 머리를 조아리는 신하들이 보입니다.
얼마 가지 않아 태창전의 문을 박차고 나오는 후타바가 보입니다.
어지간히 심기를 거스른 것인지 고함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지경입니다.
花柳 香子:
듣기
기준치: |
65/32/13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石動 双葉:네놈들이 지금 어느 안전이라고 몰려들어 패악질을 하는 것이냐! 썩 물러가지 못할까!
어림 잡아 오십은 족히 되어보이는 신하들이 각자 머리를 조아리며 그리 외치고 있습니다.
일부는 감정이 격해졌는지 흐느끼기까지 하는 모습입니다.
"후궁 카오루코는 나라의 존망을 위협하는 해악 같은 존재이옵니다!"
"폐하, 부디 소신들의 충정을 생각하시어 과거의 어진 성군으로 돌아와주소서!"
후타바가 카오루코를 발견합니다. 신하들의 저주가 생략됩니다.
石動 双葉:카오루코, 이 자들이 나라를 말아먹은 네 죄가 깊으니 너를 유폐시키라는구나. 어찌 생각하는가?
花柳 香子:(아침부터 곡하는 소리에 가만 있을 수 없어 박차고 나와 태창전을 향했다. 여전히 우스운 것들, 포기를 모르는 자들이 폐하께 간청하니 그 폐하마저 매일을 노하시는 것도 모르고. 그런 자들이 나에 대해 무얼 안다고, 저리 지껄이는지 당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은 무얼 들어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내가 나서 무얼 해도 듣지 않고 아랑곳하여 나를 끌어내리기 위해 무엇이라도 할 사람들을 내가 어찌 막을까. 매번 폐하께 호소하는 것도 당신의 화를 건드리는 일일 뿐. 다만 당신은 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시는 분, 이번에도 저를 위해 무엇을 해 주실 건가요?)
...... 사랑하는 폐하. 제게는 이 나라를 말아먹게 할 힘이 없습니다. 폐하께서도 아시지 않으신가요. 폐하께서 제게 많은 것을 베풀곤 하시지만, 그것은 그것일 뿐이지 않으십니까. 제가 감히 겁도 없이 폐하의 나라를 망치는 근원이 될 인물로 보이십니까.
石動 双葉:(그럼, 그렇지. 네가 그럴 사람일 리가 없지. 설령 그렇다 쳐도 나는 끝까지 널 믿을 테니까. 카오루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태창전 안으로 들어가 화려하게 장식된 검을 뽑아들고 온다. 걱정 마, 아무리 온 백성과 신하가 내 앞에서 등을 보여도 나는 너 하나면 충분하니까.) 그래, 네놈들도 들었겠지. 네놈들은 죄 없는 카오루코를 매도하고 짐을 미쳐버린 폭군으로 만든 대역 죄인이자 간신배, 나라를 팔아먹은 역적이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후타바는 바로 앞 줄에 앉은 노신의 목을 벱니다.
신하들의 비명소리가 울리지만, 그들은 도망치지 않고 다시 한 번 고개를 땅에 박습니다.
후타바는 두 손으로 셀 수 없는 숫자의 신하를 죽이고, 더 죽이기도 손 아프다며 나머지 신하들을 감옥으로 보냅니다.
피웅덩이 한 가운데에서 후타바는 칼을 놓지 않은 채 카오루코를 끌어안습니다.
石動 双葉:네가 내 세상이다. 일백 신하의 목숨을 거두더라도 너를 내놓지는 않을 거야.
그 모습은 어쩐지 폭군이라기보단, 당신밖에는 의지할 곳이 없는 가련한 나무줄기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다른 몸종들이 와서 대궐 안을 치우고, 후타바는 다시 정사를 보러 가야 한다며 태창전으로 돌아갑니다.
연회복으로 갈아입기 전에 심란한 기분을 떨치려 잠시 궐 안을 돌아도 괜찮겠죠.
양자전은 4채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혹시 모르는 암살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평소 황제가 지내는 건물을 알고 있습니다.
가장 안쪽에 놓인, 입구가 숨겨지듯 한 건물이 바로 그것입니다.
바깥에는 난들이 우후죽순으로 심어져있고, 가까이 다가가면 은은한 꽃향기가 코 끝에 스칩니다.
양자전 내부로 들어서면 폭군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소박한 내부가 보입니다. 침전과 책장이 보입니다.
붉은 천에 황금 실로 용이 수놓아져 있고, 나라에서 가장 질 좋은 천과 솜을 사용해 어디 하나 배기는 곳 없이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花柳 香子: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베개 밑에 숨겨져 있던 붕대와 단도를 발견합니다.
붕대에는 까맣게 말라붙은 핏자국이 흥건합니다. ……이건 뭔가요?
황제가 자주 읽는 서적들과 문서들을 보관해두는 개인 책장입니다.
책장에는 고서부터 논어 같은 기본적인 책들까지 다양하게 놓여져 있습니다.
花柳 香子:
자료조사
기준치: |
65/32/13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후 ㅋ)
책들 사이에 삐죽 튀어나와 있는 쪽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수십의 기생들이 남녀 할 것 없이 비단옷을 입고 나비처럼 춤을 추고, 붉은 꽃 같은 천을 두른 채 두 팔을 하늘거립니다.
가신 하나 없이 오로지 사치와 쾌락으로만 채워진 연회장은 후타바와 당신만을 위한 것입니다.
소리와 나팔 소리가 어둔 밤에 물결을 타듯 울려퍼집니다.
기생 중 하나가 연회장을 뛰쳐나와, 후타바와 카오루코가 있는 곳으로 올라선 것은.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카오루코는 기생의 손에 들린 작은 단도를 발견합니다.
기생은 순간 박차고 올라서 후타바를 향해 돌진합니다.
민첩
기준치: |
65/32/13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후타바를 향해 단도를 휘두르는 것을 가까스로 막아냅니다.
하마터면 황제께서 목숨을 잃으실 수도 있는 위험천만하고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호위무사들은 당황스러운 얼굴로 서로를 번갈아보다가 급하게 기생을 포박합니다.
가족을 죽였다는, 지옥이 있다면 그곳에서 황제의 사지가 찢어질 거라는 절규가 울려퍼집니다. 그런데, 황제의 상태가 조금 이상합니다.
花柳 香子:
심리학
기준치: |
75/37/15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방금 전 그런 상황을 겪었는데도 불구하고 후타바는 되려 침착하고 평온합니다.
어쩐지, 후타바에게는 애초부터 칼을 피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카오루코가 막으려 하지 않았다면 치명상을 입어 죽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회는 갑작스럽게 종료되고, 황제는 카오루코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새도 없이 무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급하게 양자전으로 돌아갑니다.
순간 당신과 후타바가 있던 곳으로 뛰어오른 기생, 그가 휘두른 단도, 조금도 피할 생각이 없어 보였던 후타바…….
장면들이 환영처럼 스치며 카오루코는 불편하게 잠에 빠집니다.
당신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머리맡에는 작은 쪽지가 놓여있습니다.
花柳 香子: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미쳣냐 주사위
궁궐의 뒤편으로 향할 경우, 그곳에서는 미리 기다리고 있던 염족의 전달자가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전달자는 곧 내일이 다른 가신들이 반역을 계획한 날이며, 그 전에 후타바에게 젖을 먹여 반역이 일어나기 전에 그들을 처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반역이 일어날 경우 카오루코 또한 무사하지 못함을 말합니다. 또한 마지막 흑양의 젖을 건넵니다.
3층짜리 목조건물로, 단순한 정자라기엔 꽤 호화스럽게 지어져 있습니다.
정자의 곁에서는 개구리 울음소리와 정자 옆으로 길게 뻗어있는 소나무에 앉은 소쩍새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곳에서 후타바와 카오루코는 간혹 술잔을 기울이곤 했었죠.
근처에는 신하들이 지나다니며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花柳 香子:
듣기
기준치: |
65/32/13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번에 염족이 만주 벌판을 차지한 소문 들었나?"
"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지. 그 근본도 알 수 없는 것들이 어느 새 폐하를 주무르기 시작해서는……."
"예끼! 이 사람아. 그래서 만주 쪽에도 비상이 걸렸네. 이상한 절 같은 걸 세우곤 주문을 왼다는 거야 글쎄."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주문이라니? 이상한 신이라도 모신다 이말이야?"
"그뿐이면 말을 안해, 무슨 제물을 바친다느니 하면서……."
염족에 관한 대화입니다. 그들은 저들끼리 소곤거리며 사라집니다.
굳세고 영묘하다는 뜻을 지닌, 당신이 머무르는 의영전입니다.
꽃향기에 코가 마비될 정도로 근처에는 많은 꽃이 심어져 있으며, 나라에서 제일 가는 단청쟁이들의 솜씨가 자수처럼 수놓아진 지붕, 기둥 하나마저 허투루 지나치는 법 없이 음각으로 세공되어 있는 것이 사연국의 미학을 향한 집착을 알 수 있습니다.
花柳 香子: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익숙한 물건들 사이에서 당신은 검은 보자기에 싸인 낯선 물건들을 발견합니다.
처음 궐에 들어왔을 때 염족의 전달자가 한가할 때에나 읽어보라며 건네주었던 서적들입니다.
제목도 적혀있지 않은 서적들에서 어쩐지 불길함을 느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요.
당신의 민족이 섬기는 신이 이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뇨?
花柳 香子:
SAN Roll
기준치: |
64/32/12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물소리를 거느린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 솔종루입니다.
궁궐에서 연회가 벌어질 때면 솔종루에는 밤에도 빛이 꺼지지 않습니다.
누각은 연못가에 놓여져 있으며, 누각 근처의 화단에는 돌담의 아래로 색색의 화려한 모란들이 피어있습니다.
花柳 香子: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만큼 꽃들이 피어있다면 으레 꽃향기가 나야 정상이거늘…….
호숫가의 물냄새만 날 뿐 꽃향기는 가까이 가도 맡아볼 수 없습니다.
그 근처를 거닐고 있자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리의 근원을 쫓으면, 돌담 너머로 이어집니다. 궁궐의 바깥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 같습니다.
花柳 香子:
교육
기준치: |
65/32/13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대강 이런 가사인 것 같습니다. 뭘 의미하는 걸까요?
카오루코는 소식을 듣고 급히 양자전으로 향합니다.
오늘 황제께서 저녁 수라를 물리셨다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묘한 안도감 같은 모순적인 감정이 카오루코를 지배합니다.
후타바는 죽은 이처럼 가만히 앉아 있다가, 카오루코가 도착하자 조용히 눈을 뜹니다.
후타바의 앞에는 저녁수라 대신 자개상과 익숙한 약주 한 병이 놓여 있습니다.
황제, 당신의 연인은 평온하게 웃는 낯으로 손짓합니다.
石動 双葉:네가 할 일을 마저 해야지, 카오루코.
花柳 香子:(들리는 노래 소리를 잠자코 듣고 보다 폐하께서 저녁 수라를 물리셨다고, 나를 부른다는 소식에 양자전으로 향했다. 공기가 폐부를 압박하는 것처럼 숨을 조인다. 왜인지 모를 불안감도 같이 든다. 근원을 알 수 없지만 계속 속에서는 불안감이 든다. 모순된 안도감마저 든다. 무언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 태창전을 들어서니 나를 보며 손짓한다. 왜? 태연히 나를 보는 그 눈이 어색하다.) ... 폐하께서 말하는 것이 무엇을 해야 한다는 건지 저는 잘 모르겠는걸요.
石動 双葉:(당황스러움이 가득한 카오루코를 보고도 평온한 표정을 짓는다. 하긴, 다짜고짜 말하면 이해하기 어려울 테니까.) 펑소처럼 약주 안에 넣어야 할 게 있지 않아?
花柳 香子:(어떻게 알고 있었지. 여태 들킨 적 없었던 것 같았는데. 당혹스러운 이 감정을 숨길 수가 없다. 사람이 필사적으로 숨긴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내가 필사적으로 숨긴 것에는 나쁜 이유가 섞여 있다. 자의가 섞였고, 타의가 섞였다. 시키는 대로 했고, 하고 싶은 대로 했다. 그게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알고 있음에도 해야 했다. 시켰으니까. 당신은 나의 비밀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계신가요. 나의 치부를 알면서도 나를 내치지 않은 건 폐하의 자의인가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저를 위해 흑양의 젖을 들이켰으면서, 그것을 알고도 저를 왜 나무라지 않는지. 후궁의 도리가 아님을 알 텐데도 왜 나를 내치지 않는지. 저는 하나도 모르겠어요. 폐하를 알 수가 없어요. 평온히 웃고 있는 폐하가 미워요. 원망스럽기도 하고요. 아니, 사실 이렇게 되기를 바랐던 건지도 몰라요.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것이 지치기 짝이 없었으니까요. 그러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저를 알아주기라도 하신 건지 이리 묻는 폐하를 보면 웃음이 나요. 제 마음과 소망을 알아주신 것 같아 전 기뻐요. 저는 그런 폐하의 모습을 좋아해요.) 이미 다 아시는 것처럼 구시네요.
石動 双葉:(작은 변화도 없이 여전히 평온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지금의 내 기분이 어떤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기쁜가, 아니면 슬픈가? 적어도 분노가 일진 않는다. 너를 사랑함에 있어 응당 감내해야 할 수고라면 그게 어떤 거든 받아낼 수 있으니까. 나를 미치게 만들면서도 시야 안에 둘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니까. 당혹스럽지만 미소를 머금은 카오루코를 느릿하지만 깊게 쳐다본다.) 저녁을 함께 하면서 술잔을 기울이면, 너를 향한 집착과 애욕이 광기로 물들더라. 그런데 이상하지. 눈에 불이 켜진 채로 잠들게 되면 그때부터 낮까지의 기억이 흐릿해져. 해가 진 후부터는 기억이 돌아오는데 그게 너무 희미해. 재미있지 않냐? (마른 침을 삼키곤 숨을 고른다.) 그런데 어떻게 네 탓을 해. 알면서도 모른 척하면서 받아마신 거라고. 폭군이 되는 길을 걷기로 내가 자처한 거야. 네 잘못은 없어. (카오루코를 쳐다보는 동공이 흔들리는 것 같지만, 다시 목을 가다듬는다.) 곧 반란이 일어날 것 같아. 길에는 끝이 있는 거잖아. (머뭇거리다가 품 안에서 천천히 단도를 꺼낸다.) 네 황제이며, 네 노리개였고. 네 연인임과 동시에 네 것인 목숨이야. ……그러니까 마지막도 네 손으로 부디 거두어 줘. 그들의 손에 유린당하지 않을 수 있도록…….
花柳 香子:(당신이 내게 하는 말, 하는 행동, 내게 보이는 표정이 내게는 달디 단 독인 것을 당신은 아는지 모르는지 평온한 그 행동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거여요. 흑양의 젖을 들이키는 폐하를 보며 제 마음은 어땠을 것 같나요. 그 모습을 보며 광기에 물들어가는 폐하를 보는 제 마음은 또 어땠을까요. 제가 들이키라곤 했어도 제 마음은 그것을 들이키게 해선 안 됐는데 하며 후회하고 후회하는 제 모습은 어떻겠어요. 흑양의 젖의 효과는 '그것을 마신 사람은 자신 앞에 있는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것', 사실은 폐하가 절 좋아하시는 것도 거짓일지도 모르죠. 그럼에도 폐하께선 저에게 사랑을 발음해 주셨죠. 저는 굉장히 기뻤답니다. 그래서 제 연인인 폐하가 나를 향한 그 집착과 애욕을 좋아했어요. 그것이 설령 흑양의 젖 때문에 광기에 물든 애정이라 해도요. 처음 흑양의 젖을 타는 순간에는 자의였고, 마지막으로 흑양의 젖을 타는 순간에는 타의였어요. 내가 원해서 한 것이 아니었죠. 제가 폐하를 사랑하는데, 어찌 그런 용서받지 못할 짓을 했겠어요. 타인에 의해 실행한 것이죠.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하라니, 참 정도 없는 인간들이에요. 여전히 평온하게 바라보는 당신을 보며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까요. 아니, 제가 지을 수 있는 표정이란 것이 있을까요. 저는 모르겠어요. 이 시점에서 제가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떤 말을 해야 하고, 어떤 투로 폐하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하나도 알 수 없어요. 왜냐면 폐하는 저를 탓하지 않으시잖아요. 지을 수 있는 표정도 지을 수 없게끔 하시잖아요. 마치 다 자의로 마신 것처럼,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자신의 몸에 한 것처럼. 사실은 그게 아닌데. 당신의 후궁인 제가 한 건데도요. 왜 제 탓을 하지 않고, 자신이 광기에 물드는... 폭군의 길을 택하신 건가요. 언제든 나를 내칠 수 있는 그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해할 수 없어요. 모든 것이 제 잘못인데, 제 잘못이 아니라 하다니요. 저를 용서할 수 없으실 것을 아는데, 왜 그렇게까지 하며 저를 용서하시고 저를 사랑하시나요. 왜, 왜, 왜.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이렇게 나를 위하는 당신이 너무나도 미워서. 위하지 않아도 좋아요. 차라리 나를 유폐하고, 예전의 강인하고 훌륭한 군주가 되어 주세요. 제 죄를 물어 저를 죄인으로 여겨 주세요. 이리 비참할 줄은 몰랐는데, 이리 슬플 줄은 몰랐는데, 항상 폐하께서는 저만을 생각하시나요. 한 번쯤은, 이번만큼은 자신을 생각하셔도 되지 않으신가요. 자신의 마지막까지 내어 줄 만큼 제가 그리도 좋으신가요. 폐하의 그 목숨, 귀히 여겨 마땅할 그 목숨을 제게 바치시는 건가요. 품에서 꺼낸 단도를 바라보고, 당신의 눈을 바라보고, 왕좌의 앉은 당신의 몸을 바라본다.) 목숨을 바치실 만큼 제가 좋으신가요. 제 죄를 물어 저의 숨을 거두어 가시지 않고, 왜 폐하의 숨을 거두어 달라는 건가요. 폐하의 술잔에 매일 밤마다 독을 탄 것은 저인데, 왜 폐하께서 그러시는 거여요. 제 목숨 또한 온전히 폐하의 것임을 폐하도 아시잖아요. 모든 것을 감내하지 마셔요. 자처하지 마셔요. 아시잖아요. 저 또한 죽게 될 거란 것을 아시면서 왜, 제게 폐하의 목숨을 거두라 명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제가 거역하지 못할 걸 알면서도 그러시는 거여요? 끝까지 미워할 수 없게 하시네요. 미워할 마음조차 없었지만.
石動 双葉:(네가 나를 미워하게 되더라도, 원망하게 되더라도, 그러지 말라고 소리쳐도 이미 마음은 굳어진 상태다.) 내가 널 조금만 덜 사랑했더라면 이런 상황이 오지 않았을까? 아니, 이 길의 끝이 이런 거야. 미쳐서 눈이 돌아가 버린 내 상태가 어떻든, 충신들의 외면과 폭언이 어떻든, 연회장에 찾아들어온 자객이 나를 해치려 하든 나는 너를 향한 사랑만 있으면 다 견뎌낼 수 있어. 카오루코, 네가 내 곁에 있으면 나는 다 감내할 수 있어. 있었고, 여전히 유효해. (저를 바라보는 상대방의 눈이 떨린다. 일렁이고, 울렁이고, 부글거린다. 심해 깊은 곳에서부터 출렁이며 올라온 물결이 바다의 표면에서 거칠게 울렁이듯. 아니, 어쩌면 내 눈이 이렇다는 걸 카오루코에게 떠넘기는 건 아닌가. 마음이 착잡하다. 정신이 온전히 돌아오고, 날이 밝아 있을 때 일어났던 일을 되새김질하며 너에게 진실을 토해냈을 때의 반응을 수없이 그려 봤다. 그리고 그 반응에 대한 나의 감정 또한 마음 한 켠에 적어 두었는데. 그랬는데.... 울음일까.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목구멍의 반절을 채운 것 같다. 답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게 내지를 수 없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나는 것 같다. 감정을 컨트롤하듯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말을 건넨다.) 어차피 끝날 위태로운 명줄이야. 네 손이 아니면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끊기겠지. 내 앞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사랑하는 사람한테 칼을 쥐어 주는 게 낫다고 생각해. 적어도 내 기억 속의 마지막은 온통 너일 테니까. 그러니 카오루코, (나에게 있어 네 마지막 모습은 어떻든 좋을 거다. 울고 있든, 웃고 있든, 원망에 찬 표정이든, 난 그 표정에서 사랑을 읽어낼 거야. 그런 감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난.... 그래도 너의 눈에 비친 내 마지막은 웃고 있는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에 입꼬리를 최대한 올린다. 단도의 칼날 부분으로 고쳐 잡고, 손잡이 쪽을 카오루코 앞으로 내민다.) 마지막 부탁이야. 이 검을 잡고 끝내 줘.
花柳 香子:(이미 마음을 굳힌 상대에게는 그 어떤 것도 통하지 않는다. 동의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반대는 없다. 당신이 그렇다. 이미 정해진 죽음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는다. 되려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당신에게 제가 무엇을 할 수가 있을까요. 폐하께서는 이미 다 알고 계신 거겠죠? 제가 폐하의 명을 거역할 리 없다는 것도, 매일 밤마다 술잔에 독을 탄 것도요.) 제가 뭐라고 폐하께서 이렇게까지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다만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되돌릴 수 없다는 거겠죠. 제가 폐하의 명을 거역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도 알겠고, 매일 밤마다 술잔에 독을 탄 것도 아시니까요. (순간 모든 것이 흐려진다. 촉촉해진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다. 흐른다. 젖은 뺨이 거슬린다. 닦고 닦아도 흐른다. 아, 이런 모습 보이면 안 되는데. 울렁이는 감정을 억지할 수 없다. 거칠게 찰랑이면서 흔들리는 이 마음 또한 주체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운다. 당신을 앞에 두고 운다. 미련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폐하의 목숨을 그저 거둘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게 비참해. 여태 이걸 위해 독을 탄 것일까. 아니, 이렇게 될 걸 알면서도 나는... 독을 타고 속여왔는데, 그런 나를 용서하는 폐하가 미워서 망설이고 있는 걸까.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을 끌어안고 울부짖으면 달라질까. 나도, 당신도, 이 미래도. 헛된 걸 품으면 이렇게 되는 걸까. 나와 폐하의 길은 애초부터 이렇게 정해져있던 걸까. 정해진 극에 정해진 연기를 하고 이 연극을 끝내게 되면 나도, 당신도 끝나는 걸까. 이 비극도, 슬픔도, 아픔도 모두 끝나는 걸까. 기억 속의 마지막 사람, 그것의 시작은 당신일 거고, 그것의 마지막도 당신일 것이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처음은 당신의 웃는 모습이었고, 마지막은 당신의 슬픈 모습이라는 것. 우리의 극의 끝은 비극인가 봐요. 그렇지 않고서야 제가, 폐하가 이리도 비참하고 처참히 끝날 수가 없거든요. 다가오는 당신을 막을 수 없다. 내 앞에 다다른 당신의 명을 거역할 수 없다. 내게 있는 선택지는 당신의 숨을 거두어 모든 것을 끝내는 것. 그렇다면 나는 홀로 남겨지는 걸까. 아니면... 다가오는 반란에 의해 죽는 걸까. 아무렴 모르겠다. 나는 어떤 선택이든 잘 풀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날선 검을 치켜들어 심장을 겨눠야 했다. 그래야 모든 게 끝난다. 폐하가 웃는다. 마지막으로 남겨질 그 모습조차도 나에게, 나를 생각하며 웃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건가요. 제가 미우지도 않는 건가요. 저를 그리 생각해 주시니 저는 이 마음에 당신의 숨을 거둬가는 사자가 되어야 하나요. 마음의 보답이 이리도 잔인하다니요. 내미는 단도를 거절할 수 없다. 단도를 받아든다. 제가 폐하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 드릴게요.) 역시 폐하는 이리도 잔인하시네요. 자비를 베풀지 않으시니요. 이 생이 끝나고 다음 생이 올 땐 비극이 아닌 희극으로 만나요. 마지막은 이름으로 부를까 봐요. 연인으로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어서요. 잘 가요. 다신 없을 내 사랑, 후타바 항.
石動 双葉:(독약을 한 사발 집어삼킨 듯한 씁쓸함과 따가움이 심장을 찌른다. 쓰겁게 웃는다. 폭군이라는 타이틀로, 지금까지 거느려 온 나라를 두고, 어떻게 비겁하게 너랑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 끝끝내 내뱉지 못하고 가슴 한 켠에 고이 접어 둔다.) 그래, 다음 생엔 꼭 웃으면서 만나자. 사랑했어, 카오루코.
그것은 이제와 카오루코가 할 수 있는 후타바를 향한 유일한 사랑의 증명이 아닙니까.
목을 그었건 손목을 그었건 가슴이나 배에 찔렀건, 얼마 가지 않아 궁의 바닥은 피웅덩이로 엉망이 됩니다.
카오루코 덕에 후타바는 적어도 폐위된 황제로 기록되지 않을 것입니다.
후타바는 피에 젖어가며 카오루코의 무릎에 누워 잠을 청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평온한 낯은 얼마 가지 않아 서서히 숨을 멈춥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랑에 빠져서는 안 되는 이와 사랑에 빠진 대가로는 싼 편이겠죠.